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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 멍하고 혼돈스러운 (Dazed and confused)

Dazed and confused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Dazed and confused] 가 많이 떠오르는 한 해 였다. 막 학기를 앞둔 미국 고등학생들의 일탈과 방황을 그린 영화로써 그 시절이기에 할 수 있는 일련의 생각들, 행동들, 자유로움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몇 일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대화 주제가 과거처럼 연애, 친구 관계, 술 같은 단순한 가십거리들이 아닌, 좀 더 무거운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혼, 자금관리, 커리어 같은… 30대를 목전에 앞두고 있는 친구들은 과거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점점 어른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그 느낌이 나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몇년뒤면 이 친구들은 아마도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것이다. 그런 삶은 나와 동떨어진 것처럼 느꼈는데, 어느새 어른으로써의 어떤 책임감이 점점 무겁게 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고 혼돈스러운 (Dazed and confused) 시기와는 점차 이별을 해야하는 것이다.

25년은 그런 한 해 였다. 낭만과 자유로움을 누렸던 시기에서 벗어나 성장통을 겪는 한 해 였다.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들도 분명 있었다. 멈춘듯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떻게든 발버둥 쳤기에 성장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실패도 했지만, 또 이룬것도 많았다. 점차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한 한 해를 정리해보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Linux

  • 내가 가진 모든 PC 시스템을 Linux 환경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 사실 1년전부터 조금씩 Linux 환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Mac Pro에 NixOS를 설치해서 사용했었고, 맥북에는 nixos-darwin 이라는 환경을 설치해서 Linux 환경과 거의 비슷하게 Mac os를 관리하고 있었다.
    • 하지만 MacOS 환경 자체에 점점 회의감을 가지기도 했고, 인텔 맥이 5년이 지나니 거의 못 쓸 정도로 발열이 심해져서 결국엔 Mac 환경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 Linux를 메인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시스템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스크탑 환경에서부터, 블루투스 연결, 와이파이, 네트워크 설정, 사운드 설정까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 하에 두고 싶었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해서라도 ‘나만의 것’ 으로 만들고 싶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 Arch Wiki를 정독하면서 여러 기기 (노트북, 데스크탑, 미니pc)에 Arch Linux 환경을 여러번 설정하니 Linux 시스템의 전반을 이해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 MacOS를 사용했을 때보다 평소에 일할 때 워크 플로우가 대단히 부드러워졌다. Neovim과 Tmux로 대부분 터미널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것 같다.
  • Linux를 사용한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 회사에 들어간 이후 생각보다 Linux를 다룰 일이 많았다. 그럴 때 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경험들이 도움이 많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 한번은 NIC 2대 + 무선랜의 총 3개의 네트워크를 폐쇄망 환경에 구축할 일이 있었는데, 이때 네트워크를 밑바닥부터 설정하는 경험이 귀중했다. 살면서 또 언제 이렇게 해보겠나 싶었다.
    • 지금도 회사에서 Linux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대부분 나에게 일이 들어오는 것 같고, 그럴때마다 좀 뿌듯하다.
  • Hyprland에서 Niri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 Hyprland가 좋기는 한데, 생각보다 내가 멀티태스킹을 할 일이 많아서 Hyprland의 환경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 Niri 같은 경우에는 scroll 기반이다 보니 좀 더 확장성이 있는것 같아서 전환을 고려중이다. 지금 집의 데스크탑 환경과 노트북은 이미 Niri로 전환했는데 만족스럽다.

Game dev

  • 취업을 살짝 포기했었던 시기에 게임 개발 공부를 시작했었다.
    • 하버드의 CS50 게임 개발 강의를 무료로 들으면서 공부를 시작했었다. Lua와 Love2D 라는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슈퍼마리오 클론까지 구현했었다.
    • 게임 개발을 하면서 웹 개발에서 벗어나 좀 더 시야가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임 개발에서는 State Management가 웹에 비해 더 복잡한 경우가 많고,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적인 목표이다.
    • 특히 게임은 각 장르마다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많이 달라져서, 그 점이 굉장히 재밌었다.
    • 게임 개발은 원한다면 깊숙한 영역까지도 들어갈 수 있어서, Lua대신 Go나 Zig를 이용해 Raylib이라는 라이브러리로 Lua로 구현했던 것을 다시 구현해보기도 했었다.
  • 나름대로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 아이디어가 생겼다.
    • 디스코 엘리시움 같이 주변 환경과 선택지에 따라 대화 분기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RPG를 만들어보고 싶다.
    • 내년 목표는 30분짜리 데모를 우선 만들어보는 것..?
    • 동시에 Zig 라는 언어를 게임 개발의 메인 언어로 삼아 공부해보는 것도 내년 목표이다.

프로젝트

  • 프리랜서 일을 잠시 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건 구독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던것 같다. 너무 많은 Use-case가 있었고 그것을 디버깅 하기에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단순한 CRUD를 넘어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아키텍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디버깅과 테스트 전략을 어떻게 세울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시스템 아키텍처 디자인에 대한 것도 공부를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

  • 어쩌다보니 작은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 작은 회사이다보니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내 마음대로(?) 해보고 있다.
    • 프리랜서때와 비슷한 감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고객사의 요청사항을 받고 계속 의논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런 일이 프리랜서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건 없다고 느껴진다.
    • 회사에 다니면서 나름대로의 또 고민이 생기는 법이다. 나의 부족한 점은 커뮤니케이션과 사람을 대하는 그런 능력인것 같아서 소프트 스킬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
    •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역시 테스트와 디버깅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회사 특성상 마감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견고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고민이 많아졌다.
    • 테스트 코드도 어쨌든 관리해야하는 코드이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빈번하게 바뀌는 프로젝트 특성상 무작정 테스트 코드를 신봉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재 내가 테스트 하고 있는 방식대로 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 AI 툴을 활용해서 TDD 방법론을 적용해볼 수 있을까? 싶지만 AI가 작성해준 코드가 정말 요구사항을 커버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해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사람들이 너무 좋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편안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람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시달리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 반대로 나 자신이 동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인식되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생각도 많은 것 같다. 생각보다 개발자에게는 소프트 스킬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한 해 였던것 같다. ‘좋은’ 개발자란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능력에서만 기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되는 요즘인것 같다.
  • 회사 일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나는 솔직히 개발을 좋아하기 때문에 회사 일이 재미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 일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회사 바깥의 삶, 퇴근 후의 삶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회사와 나의 개인적인 시간에서의 삶은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 회사에서 현재 주는 일은 다 받고 있는데 약간 적당하게 컷 할 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길게 보았을때 지치지 않게 회사를 다니려면 필요한 것 같다.
  • AI 툴을 잘 활용하자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제 개발자는 AI가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AI 툴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물론 바이브 코딩을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싫어하기 때문에, 무작정 프롬프트를 들이밀기 보다는 올바른 컨텍스트를 넣어 AI를 잘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현재 상황에서는 좋은 품질의 코드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내가 프로젝트의 구조를 짜고, 국소적인 부분을 AI 에게 맡기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느낌을 받았다.
    • 다양한 툴을 써보았지만 Opencode가 짱인듯.
  •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다니는것이 미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개발자라는 직업은 존재 의의에 위협을 받고 있다. 신입 / 주니어들은 현재 진입할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AI 툴들이 더 가파르게 성장할텐데, 그렇게 된다면 개발자들은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 나는 운이 좋게도 올해 취업에 성공했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이 내 미래는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AI가 몰개성한 컨텐츠를 더 쉽게 생산할 수록 사람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 아이디어는 더 중요한 가치를 얻을 것이다. 그런 시대에 대비하려면 스스로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 나중에 내가 창업을 할지 게임 개발을 할지 지금 시점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늘 그렇듯이 내가 하고 싶은대로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건강

  • 여름쯤에 통풍이 와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신장 기능이 안좋아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는 했으나, 어쨌든 식습관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 특히 취업하고 나서는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있으므로,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더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약과 식단을 병행해서 요산 수치는 꽤 낮아졌고, 내년에는 운동까지 병행해서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 연말에 스트레스성 폭식을 좀 한게 반성 포인트이다. 제발 폭식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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